육조년과 하룻밤의 이야기 (소설)
역사가 아직 시작 되지도 않은 시절 이름조차 남지 않은 마을에서 있었던 아무도 모르는
어느 이름 모를 소년의 이야기 소년이 태어났을 당시 마을에는 커다란 역병이 돌았고 소년의
모든 가족도 역병의 휘말려 죽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건 당시 갓난아기였던 소년뿐
하지만 살아남은 소년은 마을의 누구에게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역병을 불러오는 도깨비의
자식이라고 마을 모두에게 베재 당한 소년이었지만 그런 소년을 마을 사람들은 함부로 죽이지도
건드리지도 못하였다 자신에게 그 저주가 옮겨온다는 말도 안 되는 노인네들의 헛소리를 믿으면서
그런 소년은 결국 마을의 쓰레기장의 버려졌다 버려진 갓난아기인 소년은 그대로 죽는듯 싶었지만
몇날 며칠이 지나도 소년은 죽지 않았다 그저 울음소리만이 마을 전체에 울려퍼졌다 그렇게 6일이
지나고 드디어 소년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게되자 안심한 마을 사람들이였지만 소년이 죽었는지
확인을 하러 간 마을 사람들은 거기서 다시 한번 경약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죽을 줄로만 알았던
소년이 더 이상 울지도 않고 어느샌가 5살 정도 된 몸으로 쓰레기장의 버려진 음식을 먹고있었다
소년은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으로 자신을 찾아온 어른들을 보았다 그 차가운 눈과 6일만에 5살정도까지
커버린 소년을 보고 어른들은 황급히 도망쳤고 멀어져가는 어른들을 처음부터 신경도 쓰지않은듯
소년은 다시금 먹고있던 쓰레기를 줏어들어서 먹었다 그렇게 쓰레기장은 마을안에서도 완벽하게
고립되었고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소년에게 다가가면 죽는다고 어른들은 가르쳐왔다 그래도 소년은
살기 위해서 쓰레기장을 가끔씩 나와서 음식을 구하려했지만 그럴때마다 어른들은 소년에게 아무것도 주지않고
차가운 시선만을 주었고 일부 과격한 어른들은 소년이 아무 저항도 하지않지만 그저 액막이라면서
소년을 두들겨 패는게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소년에게 단 한 명의 소녀만이 다가갔었다
소녀는 평범한 농민의 집으로 평범하게 사는 그저 그런 집이였는데 어느 날 소녀는 소녀네 집에
구걸 온 소년의 흙투성이에 상처투성이인 모습을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생각한 소녀는
그 후로 소년이 어른들에게 맞거나하면 남 몰래 약초를 쓰레기장의 소년의 집에 가져다 놓는다던지
집에서 몰래 음식을 쓰레기장에 가져다 준다던지 하던 소녀를 소년이 모를리가 없었고
소년도 소녀에게 어느샌가부터 끌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난 어느 날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소녀는 소년에게 결국 말을 걸었다
"있지 너 이름이 뭐야?"
소년은 대답을 하고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름따위 알지도 알고싶지도 않은 소년이기에
"이름이 뭐냐니까"
소녀는 계속 물었지만 소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았다
"정말 언제까지 이렇게 당하면서 살꺼야 나랑 같이 우리 집으로 가자"
"?!"
소녀는 갑자기 소년의 손을 잡아 일으켰고 처음으로 소년의 눈에 동요란 감정이 일었다
소년은 소녀의 손을 뿌리치려했지만 소녀의 눈을 본 소년은 결국 뿌리치지 못하고 그대로 끌려갔다
소녀의 집에 끌려온 소년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달빛의 비추고 있는 허름한 곳간에서 소년은
해질녘 소녀에게 잡혔던 손을 바라보면서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소녀의 손의 온기를 떠올렸다
지금까지 누구도 잡아주지 않았던 자신의 손 그런 자신의 손에 남아있는 손의 온기는 소년에게
자신에게도 다가와주는 사람이 있단걸 알려주는 그런 것이였다 반면 소녀는 소년을 거두자고
자신의 부모에게 설득을 하였고 처음엔 결사반대하던 부모도 자신들의 딸이 한번 정하면 절대
굽히지 않는다는 성격에 결국 항복하고 마을 사람들에겐 비밀로 소년을 곳간에서 키우는걸
허락하였다 소녀가 허락을 받고 다시 곳간에 갈때까지도 소년은 소녀가 잡았던 손을 바라보고있었다
"얘 이제 여기서 있어도 되"
소년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소녀가 자신에게 왜 호의를 베푸는지 그리고 소녀의 가족도 자신이 있으면
분명 마을에서 배척당할텐데 왜 소녀의 말로 자신을 이곳에 머물게 하는지 자신이 있을 곳은 이곳이
자신의 쓰레기장도 아닌 어느곳에도 없을터인데 사라져야만 할 존재일텐데 자신에게 잘해주는
소녀를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는 소년이였다
"음 말을 못하는건가 그럼 일단 당분간은 여기있어 아참 내 이름은 리엔이야"
아니다 소년은 말을 할 줄 안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그걸 모를뿐이였다
"아무튼 잘자 음 이름도 모르니까 하나 지어줘야겠다 음...카이 그래 앞으로 카이라고 부를께"
카이? 소년은 생각했다 카이라 자신도 이름이 생겼구나 그리고 마음 한켠으로 생각했다
어쩌면-아주 어쩌면-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디 작은 꿈
다음날 소년은 눈을 뜨자 처음에 자신이 어디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늘 쓰레기장에서 맡았던
악취가 아닌 지푸라기 냄새와 나무냄새 그리고 곳간의 창문으로 통해 들어오는 갓 만든 음식의 냄새
그곳은 소년이 있던 지옥이 아니라 평범하고 학대받던 소년이라도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포근함을 주는 장소였다
"아직도 자는거야 카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허름한 곳간의 문이 열리고 아침햇빛을 등진채로 자신을
여기로 데려와준 소녀 리엔이 서있엇다
"언제까지 잘꺼야 카이 어서 일어나서 아침 먹어야지"
아침- 사소한 단어지만 소년에겐 너무나도 생소한 울림 이였다 늘 되는대로 음식을 얻는대로
끼니를 해결하던 소년에게 있어서 정해진 시간에 제때 다 먹는다는건 한달에 있을까 말까한 행운이였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소년의 앞에 소녀는 광주리를 내려놓았다
"자 먹는 방법은 알지? 우리가 지금 농사가 안되서 삶은 감자 밖에 없지만 먹을 줄 알지?"
김이 모락모락나고 있는 삶은 감자 5개를 응시하던 소년은 그중 가장 큰 감자를
아무런 말없이 껍질도 벗기지 않은채 입안에 쑤셔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놀란 소녀는 소년에
앞에서 남은 감자를 황급히 치우고 소년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카이! 그렇게 먹는거 아니란말야 자 내가 하는걸 잘 보고 따라해"
소년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왜 화를 내는것인가 자신은 이렇게 살아왔거늘
소녀는 소년이 잘 보도록 일부러 감자의 껍질을 크게크게 벗겨내고 천천히 껍질을 다 벗겨낸 후
먹으면서 소년을 보고 해보라는듯이 감자 하나를 던져주었다 소년은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의 말이다 그래서 소년은 소녀를 따라서 감자의 껍질을 벗겨갔다 하지만
소년에겐 처음 해보는 일이고 감자는 여기저기 뭉그러졌고 흉측해졌지만 그래도 소년은 다 벗겼고
그런 소년을 보고 소녀는 갑자기 장하다는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카이 잘한다 그래 넌 사람이란 말야 도깨비라던가 그런게 아냐 이렇게 사람다운걸"
소년은 더욱 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왜 화를 냈다가 갑자기 상냥하게 대해주는지 이런게 상냥함인지
왜 자신에게 이러는지 갈수록 혼란스러운 소년이었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은 그였다
"그럼 카이 여기서 얌전히 있어 이따가 밤에는 바깥에 나갈 수 있어"
마지막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소녀가 다 먹은 광주리를 가지고 나가고 다시 문이 닫히자
소년은 또다시 혼자였다
그렇게 해가 지고 밤이 왔다 또 다시 열리는 곳간 문 그리고 거기엔 아침과 다르게 달빛을 등진
소녀가 있었다
"카이 잘 있었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소년의 앞에 아침과 마찬가지로
삶은 감자가 담긴 광주리가 놓였다
"이거먹고 잠깐만 나갔다오자 사실 너 없어져서 마을 어른들도 좋아하고 다 좋아하는데 여기서
계속 갇혀있으면 너 되게 갑갑하잖아 그치 카이?"
아니다 사실 소녀가 소년과 같이 놀고 싶을 뿐이다 소녀도 사실 소년과 비슷한 처지였던거다
소년은 도깨비의 자식이라고 마을에서 버렸다면 소녀는 흔히 말하는 마을내에서 왕따였다
소녀는 그저 마을에서 제일 부유한 집의 여자아이에게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만으로 마을에서 소년
다음으로 왕따를 당하고 있었던것이다 그렇기에 소녀는 소년에게 이끌렸던걸지도 모른다
"알았지 카이? 그거 다 먹으면 나가는거다?"
묵묵히 감자를 먹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소년 잠시 후 소년이 감자를 다 먹자 소녀는 소년의 손을 이끌고
곳간을 나와 숲에 있는 자신만의 비밀장소로 데려갔다 하지만 그때 소녀도 소년도 몰랐다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단것을 아무것도 모른채 오랜만의 다른 사람과 노는 소녀와 자신 또래와 처음 노는 소년은 서툴지만
소녀의 설명에 맞춰서 놀아주었지만 원래부터 소년보다 약한 소녀는 금방 지쳐버려서 풀밭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만 소년은 소녀의 옆에서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고있었다
"있지 카이 우리 이대로 도망칠까 이 마을에서"
소년은 소녀가 왜 도망치려는지 몰랐다
"너도 이 마을말고 다른 마을 가면 편히 살 수 있을 수도 있잖아"
소녀는 소년과 도망치고 싶었다 무언가 답해주어야한다 무언가 말하려던 소년이였지만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소년의 의식은 흐려졌고 쓰러져가는 소년의 귓가에는 소녀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다 곧 다시 한번 퍽-하는 소리와
함께 소녀의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캄캄한 어둠 속 무언가 소란스럽다고 소년은 느꼈다 소년이 눈을 뜨자 그의 몸은
나무기둥에 단단히 묶여있었고 자신의 바로 옆 기둥에는 방금전까지 같이 있던 소녀가 묶여있었다
'왜?'
라는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 해답은 소년의 얼굴로 날아든 돌이 알려주었다
"도깨비가 깨어났다 사람을 홀리는 도깨비와 도깨비에게 홀린 사람에게 정의의 철퇴를!"
"와아아 죽어라 도깨비!"
"이 나쁜 도깨비!"
"네놈때메 마을의 역병이 돌았어!"
"도깨비한테 홀리다니 썩을년 같으니라고!"
수 많은 외침과 외침 하나하나마다 날아드는 돌맹이들 아프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아프지만 자신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점점 사람들이 자신만이 아니라 소녀에게도 돌을 던지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맞지않으려고 저항하던 소녀를
마치 표적인 마냥 재밌는 놀이인 마냥 점점 열을 올리는 사람들로 인해 결국 소녀는 저항을 포기했지만 그후로도
계속 날아오는 돌맹이로 인해 소녀는 결국 축 늘어진채로 돌에 맞을때만 움찔거릴 정도가 되었고 점점 몸에 피멍과
피가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소녀를 보며 돌을 맞고 있던 소년의 시야에 그것이 보였다 소녀와 어딘가 닮은
두 어른이 왠 노인 옆에서 같이 돌을 던지는 모습을 소년은 깨달았다 자신과 소녀가 잡힌 이유를 소녀의 부모가
자신들을 팔아넘긴거다 소년은 생각했다
'이런 세상 전부 없어져버리면 좋겠는데'
그렇게 소년이 생각하자 곧 그것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시작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였다 소년과 소녀에게
날아오는 돌 중 조그만한게 몇개 없어졌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였다 하지만 잠시 후 사람들이 돌이 사라지는
이변에 눈치챘을땐 제일 먼저 가장 앞에 있던 사람의 팔이 없어졌다 그리고 없어진 팔에선 피가 마치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지만 곧 피를 뿜던 사람 자체가 사라졌다
정적-
그리고 잠시 후 터져나온건 비명 하지만 곧 그 비명조차 사라지며 몇번 아니 몇 수십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라지고나니
어느샌가 마을 광장에는 기둥에 묶인 소년과 소녀만이 남아있었고 바닥에는 피바다가 이루어져있었다 소년은 소녀를 보고
생각했다
'왜 남아있지'
소년은 몰랐다 자신이 은연중에 소녀를 사랑했단것을 그리고 모두 사라지라고 생각했을 때도 소녀만은 살리자고
무의식중에 생각했단것을 소년은 아무것도 몰랐다 잠시 후 소년은 자신과 소녀를 묶고있는 기둥을 통채로 소멸시켰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녀를 안아들어 내려놓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만지다 알았다 그곳엔 도깨비의 상징인
뿔이 돋아나있는것을 그리고 자신이 더이상 소녀와 함께 할 수 없단걸 깨달았다 소년은 마지막으로 소녀를 바라보다
"리...엔..."
이라 한마디를 하고 곧 소녀의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날밤 마을을 지나가던 상인에게 구조된 소녀는 상인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고 한다 자신의 옆에 있어야 할 소년을 못 봤냐고 상인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다하였고 소녀는 자신의
흐릿한 기억속에서 해질녘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년의 목소리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귓가에 울렸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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